그대에게, 안개 속에서

 

사랑하는 그대여, 혹은

한 번도 이름 불러보지 못한 나의 그대여.

 

오늘, 나는 다시 그 바닷가에 섰습니다.

안개는 여전히 낮게 깔려 있고

갈매기는 아무 소리 없이 하늘을 가로지르며

마치 모든 고통조차 묵묵히 받아들이는 듯 보였습니다.

 

그곳엔 말이 없었습니다.

그러나 말 없는 그곳에서

나는 오히려 가장 많은 감정을 들었습니다.

 

그대는 떠난 적 없다는 것,

나는 잊은 적 없다는 것.

그리고 이 침묵이야말로

가장 진실한 노래라는 것.

 

이 바다 앞에서, 나는 기다리지 않습니다.

다만, 기억합니다.

한때 내가 사랑했던 모든 시간,

말없이 마주했던 그 눈동자,

그리고 아직도 내 안에 살아 있는 그대의 숨결.

 

나는 이제 안개 속에서 길을 잃는 것이 두렵지 않습니다.

그곳에서 그대를 만났으니까요.

그곳에서, 나는 나를 찾았으니까요.

 

슬픔은 사랑의 또 다른 얼굴이고,

침묵은 우리가 나눈 마지막 언어입니다.

 

언젠가 이 편지가

시간을 건너,

공기 속을 떠돌다

그대의 마음 어딘가에 닿기를.

 

그러면 나는 다시 그 창가에 앉아

눈을 감고 속삭일 수 있을 겁니다.

 

"나는 여전히, 여기에 있어요."

 

그대를 향한

나의 가장 고요한 음악으로부터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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